형태의 온도

이은선 개인전

October 21 2017 - November 20 2017

청담동에 위치한 레스빠스71에서는 2017년 가을을 맞이하며 오는 10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이은선 개인전-형태의 온도>를 개최한다. 이은선은 한국과 시카고에서 조소와 뉴미디어를 전공했으며 뉴욕, 시카고, 서울 등에서 사진, 설치, 공공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기’가 빚어내는 비언어적 소통에 주목하며 여기에서 파생되는 이미지들을 탐구한다.
특별히 작가는 우리가 어렸을적 한번쯤 해보았을 ‘게임’을 매개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관찰해왔다. <Kemb>(2013)와 <De>(2014)는 바닥이나 벽에 땅따먹기 게임으로 정해진 라인을 따라 테이프를 붙이고 해당 영역을 페인팅 한 작품으로 게임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순간과 그 관계들을 포착한 작업이다. 벽과 바닥 사이의 건축물인 기둥을 소재로 한 <Column b>(2014)에서는 관객이 기둥을 감싼 풍선을 직접 부는 행위를 통해 다른 시간 속의 타인과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을 탐구하였다. 이러한 설치 작업은 공간에 따라 스케일이 유연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개입해 만들어지는 형태와 그 변화무쌍함에 주목한 작가는 ‘종이 접기’라는 행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았으며, 접었다 펴졌을 때 만들어지는 이미지들과 시간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Paper blossom>(2013) 시리즈는 장미, 백합 등 꽃의 형태로 종이를 접었다 편 후에 생긴 자국을 사진 찍은 것으로, 종이 접기의 결과보다 과정이 가진 시간성을 주목한다. 같은 맥락에 있는 작품 <Card>(2014), <Letter>(2014)는 A4 종이를 카드와 편지의 형식으로 접은 후 펼쳐 촬영한 것으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너와 나 사이의 관계와 내면의 감정들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이와 같이 물리적 외형이 없는 관계의 여러 속성들을 시각화하고 탐색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공간 속 또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Conversations>(2017)은 이전 작업<Column b>(2014)에서 발전된 형태로 두 개의 기둥을 건축의 일부분에서 작업으로 확대한다. 기둥 속에 숨겨진 풍선을 관람객이 부는 행위를 통해 두 기둥 사이의 관계 -마치 두 기둥 사이의 대화- 를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작업이다. 이를 통해 변화되는 기둥의 형태는 관객이 남기고 간 기억이나 감정의 파편으로서 공간 속에서 부유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종이 접기’ 사진 연작은 기존의 작업과 유사한 특정한 형태(form)를 접었다 편 작품들과 모호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구겨진 신작으로 나눠진다. <clover>, <House>, <Balloon>(2017)은 클로버, 집, 풍선 등 구체적인 형태를 접었다 펴는 과정 속에 시간에 흐름에 따른 기억이나 스토리를 다룬 것이었다면 <Insomnia>, <vengeful>, <dizziness>(2017)은 일상 속 스치듯 지나가는 두려움, 외로움, 설렘, 냉소 등의 섬세한 감정들을 재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추상적인 형태로 구겨지거나 접혀 생긴 자국들에서 생겨난 이미지를 촬영한다. 이전 작품보다 더해진 추상성과 모호함 때문에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러한 작가-작품-관객 사이의 흥미로운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파생되는 감정의 파편들은 공간 속을 부유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비언어적 감정의 파편’을 ‘온도’로서 지칭하고자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전시는 작품이 전달하는 그리고 관객이 경험하는 다양한 ‘형태(type)의 온도’가 공간 속에서 변주하는 현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시간을 함축한 형태로 남으며, 사건에 대한 감정이 실재보다 더 선명함을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계 속 비언어적 감정의 파편이 고정된 이미지로 재현되기보다 작가-작품-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변주되는 다양한 층위의 경험을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작가약력

    ㄴ이ㅏ런ㅇ

    먼ㅇ리ㅏ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