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풍경

홍정우 개인전

December 22 2017 - January 20 2018

청담동에 위치한 레스빠스71에서는 YAC(Young Artist Compe)를 통해 동시대 문화를 선도해나갈 젊고 참신한 작가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YAC 2017에 선정된 홍정우는 홍익대학교와 멜버른 RMIT대학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으며, 내면 세계를 시각화한 추상적 화면을 드로잉과 회화로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무의식적인 낙서와 즉흥적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화면은 추상회화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데, 레스빠스71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홍정우를 최종 선정하였다.
홍정우의 작업은 그가 즐겨 해오던 낙서에 기반을 둔다. 여기저기 낙서를 즐겼던 어릴 때의 습관을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는 현재까지도 간단한 도구를 휴대하고 다니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날마다 데일리 드로잉(daily-drawing)을 지속하고 있다. 드로잉은 작가 내면의 감정이나 사고에 대한 기록이자 탐구로, 이런 드로잉들은 회화작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초창기 그의 작업에는 일그러진 형태의 인물, 동물, 기하학적이고 왜곡된 형태의 문자들이 등장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비교적 구체적인 형태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작가는 형태의 추상화 과정을 통해 개인상징들을 구축하는데 집중하였다.
그 이후 <Inter-language in unconscious>(2016) 시리즈를 통해 그의 작업은 드로잉(낙서)에 기인한 자유구상회화에서 추상회화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문자, 숫자, 기호 등의 드로잉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쌓여져 만든 색면 위에 긋거나 긁는 표현방식을 통해 내면의 기록을 더욱 추상화한다. 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감정의 무게>(2017) 시리즈는 다양한 색깔의 물감과 도구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긁어내는 표현방식을 통해 몸이 기억하는 무의식적인 표현을 전면에 놓는다. 이들 작품은 전시장에서 우연적 계기에 의해 생성된 작가의 즉흥적 산물임을 증명하듯 제작된 순서대로 전시된다.
“나의 몸이 경험했던 어떠한 대상(시각적, 청각적, 교감적, 촉감적)에 대한 감정들을 즉흥적 움직임의 선과 색으로 화면에 옮긴다.” –<몸이 기억하는 풍경> 작업노트 중
그의 작업노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신작 <몸이 기억하는 풍경>(2017) 시리즈는 작가의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기록한다. 이전 작품처럼 드로잉 위에 색을 덮고 긁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과정을 거치지만 좀 더 올오버(all-over)적인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는 얼핏 1950년대 미국에서 나타났던 작가의 액션을 그대로 화면에 박제한 추상표현주의의 맥락에서 읽힐 수 있는 듯하다. 그러나 홍정우 작품에서 보여지는 액션은 미국적, 남성적 자신감을 분출했던 액션페인팅과는 다르게 체화(體化)된 행위를 즉흥적으로 표출하는 서예적 -동양적- 제스추어로 보여진다. 이는 작품의 물성을 강조하고 반복적 수행의 흔적이 작품에 드러나는 단색조 회화로 대변되는 한국적 추상회화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체화된 즉흥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확장된 한국적 추상회화라 일컬을 수 있다.
홍정우의 작품의 힘은 지속적으로 매일 제작하는 드로잉에 있다. 그는 매일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습관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체화시켜 무의식적 혹은 즉흥적 제스츄어로 화면 위에 표출한다. 이렇게 제작된 드로잉은 수천 장이지만 한가지도 같은 화면이 없으며, 이를 회화로 제작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작가의 원칙과 수행과 같은 과정들은 내면에 본질을 찾아 내기 위한 끊임 없는 자신과의 대화이자 탐구이다. 이것이 앞으로 홍정우의 행보를 통해 나타나는 그의 작업을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작가약력

    ㄴ이ㅏ런ㅇ

    먼ㅇ리ㅏ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