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ow

조진이 개인전

January 23 2018 - February 1 2018

조진이 전시에 걸린 드라마틱한 추상 풍경들은 일상으로부터 왔다. 생활인이자 작가에게 일상은 지속되어야하는 것임과 동시에 극복되어야하는 것이다. 작가는 운전이나 도보로 늘 왔다갔다 했던 길가의 자연과 건물들이 평소에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가 어느순간 확 다가올 때가 있다고 말한다. 종교적 심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현현(Epiphany)이라고 표현해도 될 법한 신선한 만남은 축복이다. 조진이의 작업은 깨달음을 동반한 직관이나 감각의 갱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변화(의 느낌)는 매우 극적이어서 마치 없었던 것이 새로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객관적이기 보다는 주관적 상황의 변화이다. 작품은 기록이지만 재현이 아닌 흔적이다. 속도감 있는 붓질로 층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화면이라는 공간에 남겨진 시간이다. 변화무쌍한 붓질과 대조가 뚜렷한 색감이 있는 2017년의 작품들은 특히 계절이 바뀌는 즈음의 변화, 가령 우거진 신록이 단품으로 알록달록 밝아지다가 어느 순간 나목이 되어 환해지는 식의 시간성이 느껴진다. 붓질의 흔적이 작업의 시간성을 보여준다면 색감과 밀도의 변화는 시간이나 계절 감각이 반영된다. 
조진이의 작품에는 겹치는 층들에 의한 추상적인 원근감이 있다. 그것은 시각보다는 촉각이 만들어내는 원근법이다. 다양한 색과 필획에 의해 겹겹의 층들로 이루어진 작품은 가려짐과 드러남이 반복된다. 지우기와 그리기가 동렬에 놓인다. 그것은 기억과 지각이 뒤섞인 일련의 풍경이다. 참조대상과의 일대일 맞춤은 없다. 시시콜콜하게 자세한 부분들은 뒤섞인다. 대부분 그 다음의 붓질에 의해 지워져서 화면 저편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가 또 다른 관계망을 위한 지점으로 작동될 것이다. 기억들은 켜켜이 쌓여 있다가 막연라게 비어있는 화면 위에 붓질을 하는 순간, 다시 활성화되어 물감으로 고착된다. 감각기관이 있는 몸의 요동침은 물감으로 전이된다. 반복만 있다면 흐름은 불가능할 것이다. 반복은 차이를 낳고 차이가 바로 흐름을 야기한다. 기본적 구상만 있을 뿐, 스케치도 없이 시작되는 조진이의 작업은 변화의 연속이다. 최초의 영감을 붙잡아보려는 노력으로 시작되지만,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또 다른 영감이 파생되기도 한다. 작업이란 일상에 잠재해 있던 것은 현실화시키는 것, 현살화를 가속화시켜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작업은 시간을 가속화시키는 과정이다. 대조되는 색감의 필획이 교차되는 화면은 마치 성긴 공간의 궤도를 주행하는 원자의 흐름처럼 속도감이 있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자연은 자연의 요소로 분해되어 화면 속에서 재조합되었다. 운동감이 가능한 것은 필획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넉넉한 공간의 배정이다. 허공과 그 안을 자유롭게 유동하는 필획이 있는 작품으로 겹겹으로 쌓인 베일의 움직임 속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것은 심연 같은 공간이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유동적 화면은 불연속적이다. 작품은 작가가 받은 영감의 원천인 자연처럼 불안정하다. 불안정함은 변화 생성의 조건이다. 찰나의 깨달음을 기록할 수 예술에 대한 매혹은 크다. 작가는 그 순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 지각의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긴 기다림 끝에 오는 순간의 축복, 또는 예기치 못한 축복을 기혹하는 예술, 예술을 통해 그 순간을 다시 만나는 것 등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각이 공간적이라면 기억은 시간적이다. 시간과 공간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지각과 기억 또는 연동된다. 조진이에게 예술은 일상성 속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프루스트) 방식이다.

     작가약력

    ㄴ이ㅏ런ㅇ

    먼ㅇ리ㅏㅓ